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이선임님 (기후위기와 지역활동)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2021. 12. 20. 14:14
*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은 성북구 지역 내의 다양한 이슈에 있어 연결되어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주민의 의견은 본 단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 시 : 2021년 11월 12일 (금) 오후 2시
장 소 : 일상공감 (삼양로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사 진 : 김기민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정 리 : 홍수만 (성북마을살이연구회)
홍수만 (이하 홍) : 안녕하세요. 이선임님. 요새 누구보다 바쁘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이 인터뷰 글을 읽으시게 될 지역주민 여러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선임 (이하 이) : 자기 소개하는 것이 영 어색한데 해보겠습니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 서울로 이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제 외모를 보고 농사 좀 짓게 생겼다고 말씀하시는데 쑥과 잡초도 구분 못 합니다.(웃음) 서울로 이사 온 후 전반기는 강남권에서 살았고 후반기는 강북권에서 살고 있습니다. 2004년에 살던 곳은 가까운 주변에 공원하나 없는 곳으로 차량이 많아, 공기질도 염려가 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데리고 산책 나갈 곳도 없었지요. 서울 내에서 공기 좋은 곳을 찾다가 2005년도에 정릉4동 숲 속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지요. 일단 정릉에 들어오면 터가 강해서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 한다’는 이야기를 택시기사님들께 듣곤 했는데, 지금 사는 이곳에 불만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홍 :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열심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협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활동 계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고 어떤 활동과 사업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 당시 살던 대림동 시장에는 중국산 식료품이 주로 많았고 국내산 식료품을 구할 방법에 대해 고민이 있었죠. 당시에 우루과이 라운드가 사회적 이슈였는데 쌀 개방에 반대하시던 한 농민 분이 분신을 하신 사건을 보고 우리 농업상황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머나먼 타지에서 분신을 결행 하셨을까하는.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협을 이용하고 있다는 옆집 이웃의 권유로 친환경농산물을 집까지 배송해주는 한국생협연대(현 아이쿱생협)을 알게 되었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여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농약으로 피해가 가장 많은 농민들을 위해서도,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친환경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소비자인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win-win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로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을 만나게 된 겁니다.
2005년에 정릉으로 오게 되면서 우리 집에서 생협 조합원들과 마을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조합원 모임이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던 시기였어요. 아기를 데리고 외출도 어렵고 장보기도 어려웠던 주부들이 같은 물품을 먹고 있는 소비자 조합원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첫모임부터 마음이 활짝 열렸죠. 첫모임에 1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고 이후 2년간 모임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생협에서 소개해준 환경 관련 강의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수강료의 50%를 지원받은 것이 코가 꿰여서 오늘에 이른 겁니다. 먹고 토해내야 하는 구조였죠.(웃음) 결국 뭐라도 배웠으면, 배워서 남주기, 차원으로 활동이 시작 된 것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여성’과 ‘환경’의 관점이 장착된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와 인연이 닿았고 교육 활동가로 2008년에서 2014년까지 활동하게 되었어요. 물론 생협 활동도 병행하면서 조직의 맛을 보게 된 겁니다. 민주시민으로 활동의 장이 펼쳐진 셈이죠. 자발적이면서도 반자발적인 활동 인생이 시작 된거죠.
홍 : 생협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활동 영역이 확장되셨군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 자치구 단위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조직되고 있고 성북구에도 만들어졌으며 이선임 활동가님도 참여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 2020년 8월에 의제 해결형 협업사업으로 기후위기 관련 공론장이 열렸는데 사실 공론장에 참여하려고 간 것은 아니고 진행자이신 장이정수 선생님께 전달할 물건이 있어 공론장이 열리는 장소에 들렀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관심 있는 분야라서 함께 있게 되었고 공론장 이후 티타임에 참여했다가 심각해진 기후 문제에 대해 지역에서도 무언가를 해봐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준비모임을 가져보기로 했죠. 시작은 8명이 했는데 5번 정도 만나보고 결정해보자고 했죠. 점차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났고 같은 해 11월 23일 전국기후위기비상행동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되어 기후위기 상황 공유와 실행 그리고 필요의 열망. 2021년 2월 준비모임을 정식 모임으로 전환하면서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홍 : 그러면 성북기후위기비상행동은 그동안 어떤 활동을 주로 해왔으며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 : 올해 3월부터 매달 둘째 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성북의 주요 거점인 성신여대입구역이나 분수마루에서 기후위기 1인 피켓팅을 하고 있습니다.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1인 피켓팅은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시간대를 옮겼습니다. 셋째 주 화요일 저녁에는 온라인 정기 회의를 하고 있어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기후관련 정책 실종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각 후보들에게 기후 관련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를 하였는데 그 때 우리와 같은 13개의 자치구별 기후위기비상행동모임이 함께 했습니다. 현재는 18개로 늘어났고요. 기후 관련 공동행동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주시고 계세요. 미리내도서관과 같은 지역 기관들과 연계하여 기후위기 관련 토론회나 모임을 이어가고 있고 공유원탁성북회의와 같은 지역 단체들이 콜라보로 행사를 기획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기후위기 이슈가 많다보니 바빠진 것은 사실이고 모임이나 활동의 확장에 대한 고민 중이에요. 느슨하지만 연대의 단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 : 그렇다면 왜 지역단위에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되는 것일까요?
이 : 몸으로 따지면 지역, 마을은 말단의 단위인데 순환이 안 되면 몸 자체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아직 정치인들의 인식수준이 낮은 것 같아요. 건강문제를 생각해보면 북유럽 선진국들이 선진적인 활동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들이 우리보다 의식수준이 높아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피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입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온열사망자가 늘어나고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인간에게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괜찮아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기후관련 데이터를 자세히 보면 온열 관련 피해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고령자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년 이상 기온으로 피해를 입으신 구례시민들은 피부에 와 닿을 것입니다. 서울은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 보이지만 곧 닥쳐올 것이며 다소 과격하더라도 기후 위기 관련 지역 운동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홍 :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것 같은데 앞으로 성북기후위기비상행동은 어떤 활동을 주력으로 삼으실 예정이고 거기서 이선임 활동가님께서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시나요?
이 : 어떤 활동이 필요하다고 정답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기후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현실화되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물론 선거 때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유연한 자세로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봐요. 저 또한 기후위기에 고민하고 행동하려는 분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홍 : 그런데 일각에서는 기후위기 관련 공론장이 해결 방법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너무 이슈만 던져 놓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 저는 공론장이 많이 열리면 열릴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도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여러 번 들어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아직 기후위기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으실 것이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도 아리송한 상태의 주민들도 많으실 겁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더 늘어나고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해결방법을 잘 정리하여 발효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홍 : 그렇군요. 더욱 활성화 되기를 기원하면서 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해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되는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 개인적으로는 비관적입니다. 지금 기후위기를 개선하기에 늦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죠. 그리고 일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기후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기준점을 잡고 실천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를 것인데 어떤 기준을 맞추어 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정책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들은 일상에서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정치인과 기업에게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어내라고 계속 요구해야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 여러분들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홍 : 앞으로를 위해서 많은 행동들이 이어져야겠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관리 잘 하시면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이 :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요.
성북마을살이연구회 회원 가입 문의
▶▶ maeul.research@gmail.com
성북마을살이연구회 후원 계좌
▶▶ 신협 131-018-648738 (예금주 :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홍봉기님 (사회복지사와 지역활동 그리고 노동조합) (0) | 2023.08.14 |
---|---|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김정선님 (거점형 마을 활동의 지속성) (0) | 2022.11.30 |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정모경님 (청년주거문제) (0) | 2021.07.01 |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배미영님 (주민자치회와 기후위기활동) (0) | 2021.02.16 |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진만옥님 (코로나와 자영업) (0) | 202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