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 김윤이님 (거점형 마을의 지속성)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2019. 3. 8. 19:45
홍수만 (이하 홍) : 우선 이 글을 읽으시게 될 지역주민 여러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윤이 (이하 김) : 안녕하세요. 저는 김윤이라고 합니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 10년 정도 근무를 했고 지금은 영등포구에 거주하면서 7살,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시간이 되면 장수마을에 와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홍 : 영등포구에서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어떤 인연을 맺게 되어 머나먼 장수마을까지 오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 한국도시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때, 그 때 한창 뉴타운 재개발 문제로 시끄러워졌잖아요.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모임인 대안개발연구모임이 2008년도에 만들어졌는데 그 때 저도 합류하게 되었어요. 성북구를 거점으로 정하고 정릉, 북정마을 등을 돌아다니며 대안을 만들어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녔는데 사업성, 개발성 모두 낮은 장수마을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 : 그렇다면 장수마을이라 명명되어지며 알려지게 된 초창기 활동가라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김 : 당시엔 마을 명칭도 없었어요. 삼선4구역이라는 재개발 관점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었지요. 대안개발연구모임 활동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마치고 주민들과 함께 마을 명칭 정하기를 했어요. 마을 안에 장수길이라고 불리는 길이 있었는데 거기에 힌트를 얻어 장수마을이라 부르기로 했지요. 그게 아마도 2009년 정도가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장수마을에 진행되었고 그 때 저는 마을전문가로 위촉되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가 작년부터 다시 장수마을에 와서 이렇게 장수상회도 오픈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홍 : 꽤 오랫동안 장수마을과 인연을 맺어가며 활동을 해오셨는데 모두 소중한 기억이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김 : 뭔가에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 일단 대안개발연구모임은 외부 단체이고 외부 단체가 들어와서 주민들의 자발성을 유도하기 위한 활동을 한 것이죠. 처음엔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조금씩 주민들이 스스로 바꾸어가는 모습들을 발견할 때 의미가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 다섯이 모이면 골목이 바뀐다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골목에서 진행했으면 하는 사업을 다섯 명 이상의 주민들이 연명을 받아오면 추진하는 사업이었어요. 장수마을은 골목공동체성격이 강한 지역이라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죠.
또한,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는 마을사랑방도 의미가 있죠. 할머님들께서 운영하고 계신데 청소, 식사 등등을 자체적으로 당번을 정하여 운영하고 계시고 난방비 등등의 마을사랑방을 운영하는데 있어 필요한 자금들도 조금씩 잘 모으고 계세요. 저도 거기에 일조하기 위해 장수상회를 열게 된 것이고요.
홍 : 아무래도 장수마을하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떠오르는데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주민들의 삶에 있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어떤 영향을 끼친 것 같나요?
김 : 일단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요. 마을 주민들의 공통적 숙원이었던 도시가스가 설치되어 삶의 질이 급격히 좋아졌죠. 또한, 집수리지원사업으로 50가구 정도가 혜택을 봤어요. 외부 방문객들이 보기엔 여전히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보이겠지만 도시가스 설치와 집수리지원사업 등을 통해 전반적인 주거환경이 개선이 되었죠.
다만, 마을박물관은 주민들이 원한 사업은 아니었어요. 행정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는데 아무래도 주민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보니 주민들의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운영하기가 어려웠어요. 현재 구청과 협의 중인데 일부 공간을 마을작업장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마을박물관을 전시공간으로만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장수마을 할머님들의 목공예품, 한지등 만들기 등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홍 : 그런 와중에 장수상회를 오픈하셨는데요. 오픈하신 구체적인 계기와 어떤 활동으로 이어가실 예정이신지 궁금하네요?
김 : 여기엔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장수마을은 정든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가 목표인 지역이고 주거지 정체성을 갖기 위해 주거용도 외에 제한을 두었어요, 주거용도 외의 용도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주민협의체의 동의가 필요해요. 지금 장수상회 공간이 4~5년 된 빈 공간이었는데 집주인 입장에서는 너무 손해잖아요. 어찌어찌해서 청년이 운영하는 옷가게 들어오기로 되었나봐요. 그런데 옷가게는 허용 용도는 아니었어요. 옷가게를 오픈할 수 있게 변경 요청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어요. 공실 문제 등을 고려하여 일단 제가 작년 1월에 계약을 먼저 했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장수상회를 오픈하게 되었어요. 급하게 인테리어를 하느라 정신없었네요(웃음)
상회, 다시 말해 동네 구멍가게를 오픈하게 된 이유는요. 예전에 장수마을에 가게가 두 군데가 있었어요. 그런데 차례로 문을 닫게 되었고 장수마을 어르신들은 물건을 사려면 한참을 내려갔다가 물건을 사고 다시 고개를 올라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거든요.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목적이었고요.
운영하면서 남는 수익은 마을사랑방 반찬값, 길고양이 사료값을 지원하려고 해요. 처음엔 주5일 운영을 하려고 했는데 영등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 주3일 운영으로 바꾸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주말에도 가게가 오픈했으면 한다는 주민들의 욕구를 파악하게 되었고 주말 아르바이트 고용하여 지역 내 일자리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엔 소비자협동조합형 구멍가게를 생각하지만 아직 마을 어르신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수익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제가 주민의 6~70%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머지 만나지 못한 주민들을 장수상회를 운영하면서 더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예전의 구멍가게들이 그랬듯이 장수상회를 주민들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추후엔 온라인 쇼핑몰도 연동하여 운영할 예정이에요. 허가는 받았는데 할머님들이 만드신 각종 수공예품들과 한지등을 판매할 예정이고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수익 창출을 통해 주민 일자리와 함께 마을의제를 주민들이 해결할 수 있는 마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홍 : 마을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기금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앞으로 장수마을이 어떤 마을이 되길 바라고 계신가요?
김 :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끝났고 마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보통 이런 사업을 진행했던 곳에 주거권을 지키려는 그룹과 땅값을 올릴려고 들어오는 그룹들이 생기는데 원로 주민들이 돌아가신 후 새로 유입되는 주민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이 이주해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보니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나이 드시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시잖아요. 그렇게 격리되어 쓸쓸하게 말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홍 :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마을, 참 의미가 남다르네요.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수상회가 번창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김 :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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